얼얼한 훠궈와 바삭한 지엔빙, 상하이의 맛과 골목을 거닐다
평소 하이디라오에 푹 빠져 살던 나를 위해 동생이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정보력을 대방출했다. 그렇게 끌려간 곳이 바로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는 훠궈 맛집 '주광옥'이었다. 시끌벅적한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매캐하면서도 알싸한 마라 향이 코끝을 매섭게 스쳤다. 얼얼하게 매운 원앙탕 육수가 펄펄 끓어오르고, 그 곁에는 차가운 흑사자 맥주 한 병이 묵직하게 놓여 있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살짝 당황스러운 순간이 찾아왔다.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아니라 오랫동안 돌려쓴 흔적이 역력한, 색마저 바랜 나무젓가락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약간의 찝찝함이 밀려왔지만 동생과 나는 펄펄 끓는 붉은 훠궈탕에 젓가락을 깊숙이 담갔다. 『이 정도 팔팔 끓는 열기면 자체 소독 완벽하게 끝난 거지?』 동생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고기와 채소를 신나게 건져 먹었다. 알싸한 맛이 혀끝을 자극했고 재료는 유난히 신선했다. 배를 빵빵하게 채우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과일가게에 들러 디저트로 먹을 과일을 사 가기로 했다.

가게 한쪽, 과일 상자 안에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은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오묘한 오드아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기세에 『자기 이쁜 건 알아가지고 우리한테 질투하나?』 하고 농담을 던졌다. 우리는 가게에서 커다란 두리안을 사 들고 만족스럽게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진짜 사건은 숙소 냉장고에 두리안을 넣은 직후 터졌다. 지독한 두리안 향이 냉장고 문 틈새를 뚫고 방 안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동생은 코를 막으며 『언니, 이거 냉장고를 뚫고 나오는데? 제발 빨리 먹어치워 줘!』 하고 소리를 질렀고, 우리는 밤중에 깔깔거리며 두리안을 폭풍 흡입했다.
상하이에서 찾은 최고의 맛, 아침을 여는 지엔빙
둘째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노릇노릇한 부침개 생각이 간절했다. 동생 손을 잡고 이른 아침 거리로 나와 현지인들이 줄을 서는 작은 부침개 가게 앞에 섰다. 중국식 부침개인 '지엔빙'을 파는 곳이었다. 주문을 받자마자 사장님의 현란한 손놀림이 시작되었다. 둥근 철판 위에 반죽을 얇게 펴 바르고 계란을 톡 깨뜨려 쓱쓱 문지른 뒤, 특제 소스와 바삭한 튀김, 채소를 듬뿍 넣어 말아주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갓 구워진 따끈따끈한 지엔빙을 종이 포장지에 감싸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겉은 고소하고 바삭하며 속은 부드러운 계란과 바삭바삭한 크리스피 튀김, 매콤하고 짭조름한 소스가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냈다. 한 입 먹자마자 번쩍 눈이 뜨였다. 『나 상하이에서 먹은 것 중에 이게 제일 맛있다! 이것만 먹으러 상하이에 다시 오고 싶을 정도야.』 동생을 보며 진심 어린 감탄을 쏟아냈다.

프렌치 조계지의 가로수길과 우캉대샤의 시간
지엔빙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조계지 인근 골목을 거닐기 시작했다.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거리 속으로 들어서니 착각이 들 만큼 이국적이었다. 『여기가 유럽이야, 상아야?』 늘어진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 아래로 우아한 카페와 상점들이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Collie 카페를 지나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거리가 나타났다. 거대한 다리미 혹은 배 모양을 닮은 상하이의 명물 '우캉대샤(武康大厦)' 앞이었다. 1920년대 헝가리 건축가 라슬로 우데크가 설계한 이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아파트 건물은 클래식한 매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인파 속에 섞여 우캉대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맑고 강렬한 쌩 자연광이 내리쬐는 바람에 화면에 찍힌 내 얼굴은 본래 나이보다 열 살은 더 많아 보였다. 『나 사진 한 장 찍고 1초 만에 연륜 획득했어.』 사진을 확인하자마자 터져 나온 자조 섞인 농담에 동생도 배를 잡고 웃었다.
묘한 바질 칵테일과 인생 마파두부의 만남
점심때가 되어 동생이 찾은 바질 칵테일 맛집을 찾아갔다. 기대하며 시킨 바질 칵테일이 테이블 위에 오르자마자 우리 둘은 말을 잃었다. 초록빛의 음료 비주얼이 마치 관리가 전혀 안 된 학교 연못물을 퍼 온 듯했기 때문이다.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주춤거리고 있으니 동생이 칭따오 맥주 병을 마저 따주었다.


음료의 충격도 잠시, 뒤이어 나온 마파두부는 단번에 내 인생 마파두부로 등극했다. 적당히 얼얼하면서 부드러운 두부와 진한 양념의 조화가 훌륭했다. 동생과 신나게 수다를 떨며 맛을 즐기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옆 테이블의 한국인 커플이 분위기가 험악해지더니 살벌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그 팽팽한 눈치 싸움의 기류 때문에 맛있는 음식도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숨죽여 먹어야 했다.
훠궈집의 세월 묻은 젓가락 소독부터 과일집 고양이의 미묘한 눈빛, 두리안의 강렬한 향기, 최고의 맛이었던 지엔빙과 우캉대샤에서의 추억까지. 동생과 투덜대면서도 즐겁게 누빈 상하이의 구석구석은 강렬한 식도락과 이국적인 풍경으로 매 순간 가득 차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