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떠난 1박 2일, 후쿠오카의 미식과 산책
주말을 이용해 부담 없이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후쿠오카로 목적지를 정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맑게 개어 있는 하늘과 하카타역 주변의 정갈한 길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가방 하나만 달랑 둘러메고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는 길, 5월의 햇살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홀로 떠나온 여정이라는 사실에 은근한 설렘이 밀려왔다.

도착하자마자 허기가 꼬르륵 밀려와 곧장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전형적인 일본 가정식을 내놓는 곳이었는데,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과 통통하고 부드러운 달걀말이, 맑은 미소시루, 그리고 짭조름한 명란젓까지 자그마한 정반 위에 다정하게 담겨 나왔다. 고소하게 잘 뜬 밥 한 숟가락에 명란을 조금 얹어 먹으니 입 안 가득 감칠맛이 번졌다. 출출했던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니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쉼표 하나, 골목길 카페 풍경
배를 채운 뒤 쇼핑몰과 도심 옥상을 슬슬 거닐었다. 매장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피카츄 인형 주변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5월의 따뜻한 날씨와 미세먼지 하나 없는 푸른 하늘이 눈앞에 뻥 뚫려 펼쳐졌다. 하카타역 주변 도로와 줄지어 선 택시들 너머로 탁 트인 도심 전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머릿속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점심 식사 후 향한 곳은 사이폰 추출 방식을 고수하는 옛스러운 분위기의 킷사텐 카페였다. 묵직한 나무 인테리어와 수공예 장식품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이곳에서 갓 추출한 원두커피와 함께 곁들일 시원하고 부드러운 디저트를 주문했다. 쌉싸름하면서도 입안 가득 감도는 바디감 있는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베리 소스가 어우러진 디저트는 한낮의 피로를 깔끔하게 씻어주었다.


정갈한 스시 카운터와 나카스강의 밤바람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며 예약해 둔 오마카세 스시집으로 향했다. 식당으로 가던 길목, 유리를 너머 창밖을 열심히 바라보는 귀여운 강아지의 엉덩이가 눈에 들어와 혼자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윽고 도착한 스시집은 짙은 푸른 담쟁이덩굴이 입구를 감싸고 있어 보기만 해도 그윽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목조 카운터가 반겨주었다.


이곳은 여성 셰프님이 정성스럽게 스시를 쥐어주시는 오마카세였는데, 기품 있고 차분한 셰프님의 모습과 손길 덕분에 식사 내내 대접받는 듯한 기분을 듬뿍 받았다. 나뭇잎 받침 위에 다소곳이 올려진 도톰한 새우 초밥 한 점을 입에 넣자, 탱글탱글한 톡 터지는 식감과 함께 단맛이 은은히 퍼졌다. 눈도 즐겁고 입도 한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배가 빵빵하게 차오를 만큼 훌륭한 저녁을 마치고 나니 시원한 밤바람이 그리워졌다.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걸어 나카스 강변으로 향했다. 강물 위로 찰랑거리는 건물들의 불빛과 어둠 속에 반짝이는 도심의 야경이 무척 잔잔했다. 이어폰을 끼고 홀로 강변 따라 산책하는 시간은 1박 2일이라는 짧은 여행의 아쉬움을 다독여주기에 충분했다.

배부르고 따뜻했던 후쿠오카의 밤, 캔맥주 한 잔으로 완성되는 하루.
호텔 방으로 돌아와 거품이 소복하게 올라오는 생맥주 캔을 열었다. 오늘 하루 종일 맛있는 음식들을 과하게 먹은 것 같아 부기를 막아보겠다는 마음으로 편의점에서 작은 우유 한 팩도 슬쩍 챙겨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맥주 마무리는 포기할 수 없지!』 홀짝거리는 시원한 맥주와 짭짤한 치즈 안주 하나로 나홀로 후쿠오카 여행의 첫날을 알차고 완벽하게 마무리해보았다.

